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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의 퍼스펙티브] 의대 정원 확대, 잘못된 의료제도 개편과 병행해야

부족한 의사, 얼마나 어떻게 늘려야 하나 정부가 조만간 의대 증원 규모를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의대 정원을 얼마나 늘릴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정부와 의사협회는 지난 1년간 25번이나 회의를 했지만 의대 증원 규모에 아무런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을 고장 난 녹음기처럼 되풀이하고 있고, 정부는 의사가 부족하다는 근거를 가져오라고 요구하는 의사협회에 명확한 숫자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종합병원·동네의원 합쳐 2050년에 의사 6만5500명 부족 중장기적 공급난 해소하려면 의대 정원 4500명 확대해야 필수의료 대책 없이 정원만 늘려선 의료취약지 해결 못해 실손보험 이용한 과잉진료 줄이고 의료 생태계 바꿔나가길  의대 증원과 함께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 진료 대란을 해결하고, 지방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기존의 잘못된 의료제도를 어떻게 고칠 것인가도 함께 밝혀야 한다. 필수의료를 전공하는 의사가 늘어나도록 의료제도를 고치지 않으면 의대 증원은 큰 효과를 내지 못한다. 지금 의대 정원을 크게 늘려도 전문의 배출이 늘어나기까지는 10년 넘는 시간이 걸리니 당장 효과를 낼 대책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잘못된 의료제도를 바로잡을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가 근거를 제시하면서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하고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하게 만들 대책을 내놓기를 기대하면서, 의사를 얼마나 어떻게 늘려야 하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여섯 명 중 한 명, 필수의료 취약지 거주 전국 226개 시·군·구를 응급·심뇌혈관·분만 진료 같은 필수의료를 1시간 이내에 이용하는 의료생활권으로 묶으면 모두 55개 중진료권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이들 중 절반 가까운 25개 중진료권은 심장병·뇌졸중 같은 응급환자의 절반 이상이 다른 지역에 가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필수의료 취약지’였다. 우리 국민 여섯 명 중 한 명이 필수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지역에 살고 있다. 전체 입원환자 중 자기 지역 병...

2024-01-23

[경향 세상읽기] 저출생 대책, 해야 할 일 아닌 할 수 있는 일들

여당과 야당이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날 ‘저출생’ 대책을 내놨다. 출생률이 낮아진 게 어제오늘 일도 아닌데 이제까지 뭘 하다가 선거가 다가오니 앞다투어 대책을 내놓았는가 생각하면 얄밉기 그지없지만, 무슨 공약을 내놓았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저출생은 일자리·주거·육아에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산물이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출생률이 낮아진 원인의 절반을 차지한다. 결혼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돈이 없고 직장이 없어서, 직장이 있어도 불안정해서 결혼을 못하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인 남자는 40세까지 91%가 결혼하지만 하위 10%에서는 47%밖에 결혼하지 않는다. 집에 돈이 많으면 40세까지 80%가 결혼하지만 집에 돈이 없으면 27%만 결혼한다. 직장이 있는 사람이 취업을 못한 사람보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사람이 비정규직인 사람보다 결혼할 의향이 높았다. 청년들에게 우리나라 고용시장은 매우 불평등하다. 우리나라 청년의 취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10%가량 낮다. 그나마 취업한 청년 10명 중 4명은 비정규직이다. 지난 20년 동안 정규직과 임금 격차는 1.5배에서 1.9배로 늘었다. 청년들이 주로 취업하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임금 격차도 1.5배에서 1.9배로 더 벌어졌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비정규직과 정규직,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격차를 좁히지 않으면 청년들은 결혼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여당도 야당도 불평등한 고용시장을 개편하겠다는 정책은 내놓지 않았다. 육아 지원이 불평등한 것도 청년들이 출산을 늦추거나 포기하는 이유다. 통계청에 따르면 직원 300명 이상의 기업에선 여성 10명 중 6~7명이 육아 휴직을 사용하지만, 직원 4명 이하인 작은 기업에선 3명밖에 육아 휴직을 사용하지 않는다. 여당의 육아 휴직 신청 시 자동 개시, 육아 휴직 급여 상한 인상, 야당의 육아 휴직자를 위한 워라밸 프리미엄 급여는 중소기업에서도 눈치 안 보고 수입 줄어들 걱정 없이 육아 휴직을...

2024-01-22

[정희준의 어퍼컷] 선무당 사람 잡는 한동훈식 정치, 허경영 닮았다?

[정희준의 어퍼컷] 한국 정치 다시 보기 (2)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야심 찬 정치개혁안을 내놨다.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여 국회의원 정수를 250명으로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첫째, 국민의힘이 총선 승리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겠다는 생각부터 든다. 둘째,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옛말처럼 정치초보가 저 높은 자리에 오르면 정치 잡겠구나 염려가 앞선다. 위험천만한 정치인 과거 이미 허경영이 200명 축소를, 안철수는 100명 축소를 주장한 바 있다. 한 위원장은 자신의 주장에 무리가 있음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어서인지 50명 축소로 절충했다. 국민의 정치(인) 혐오를 참으로 어지간히 활용하고 싶었나 보다. 정치에 대한 지식은 물론 고민도 없어 보이는 천박한 수준의 식견으로 스스로 정치초보임을 인증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는 의원정수 축소의 부작용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국회의원 300명이 투입되는 세비 등에 비해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저 처참한 실적의 대통령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어서 그냥 놔두고 있나? 본인은 법무부 장관 시절 인사검증 역할 제대로 했고? 또 의원정수 축소가 비례대표 폐지를 뜻하는 것인지 묻는 질문엔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지역구 의석을 줄일지, 비례대표 의석을 줄일지에 대한 판단도 없이 무턱대고 의원정수를 줄이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의 무책임성을 증명한다. 매우 위험천만한 정치인이다. 의원 정수 늘리는 게 정답 여러 가지 이유로 국회의원 정수는 늘려야 한다. 먼저 과도한 지역구 의석 편중을 바로잡아야 한다. 현재 의원 300명 중 253명이 지역구 의원이다. 이렇게 국회가 지나치게 '지역구 베이스'이다 보니 의원들도 '지역적'으로 사고한다. 사고의 수준이 '국가'가 아니다. 그래서 자기 지역구에 도로 놓고 예산 가져가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둘째, 그래서 이에 대한 훌륭한 보완재가 바로 비례대표 의원들이(어야 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비례대표 확대의 목소리가 있어 왔는데 지난 ...

2024-01-17

[김윤의 메디컬인사이드] '뭐든 잘 안다고 착각' 의사들의 과잉 확신

[편집자주] 중증 응급, 소아, 분만 등 붕괴 위기에 처한 필수의료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 교수는 의사 수를 늘리는 것과 동시에 '나쁜 의료제도'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료계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때로는 '논쟁적 존재'가 되는 그가 '김윤의 메디컬인사이드'를 통해 의료계 문제를 진단하며 해법을 제시한다. '전국의사총파업'이 이뤄지던 2020년 8월 26일 오후 한 병원 의료진들이 벗어놓은 의사 가운이 놓여 있다. 2020.8.26/뉴스1 ⓒ News1 (서울=뉴스1) = [장면1] 지난해 8월 메디컬인사이드의 ‘사법입원제로 '묻지마 칼부림' 해결될까?'라는 필자의 글에 현직 정신과 의사라고 밝히신 분이 아래와 같은 댓글을 올린 적이 있다. "(메디컬인사이드에 언급된) '매년 정신과 퇴원 환자 약 1700명이 입원 과정에서 받은 심리적 외상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고, 그중 약 절반은 싸구려 입원 치료로 인한 심리적 외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통계는 처음 보는데 어디서 나온 자료인지 궁금하네요. (중략) 현장을 잘 모르시는 것을 떠나서 통계나 계산에 좀 약하신 듯. 정확한 근거에 기반해서 글 쓰셔야 합니다." 댓글이 비판한 내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통계를 기반으로 쓴 것이다. OECD 보건의료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정신과 퇴원환자의 자살률은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2배 가량 높다. 이를 근거로 계산하면 매년 정신과 퇴원 환자 약 1700명이 자살을 하고, 그중 약 절반은 우리나라 정신과 입원 치료의 질이 OECD 국가들에 비해 낮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정신과 의사는 정신과 환자의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전문가지만, 반드시 정신과 의료정책을 잘 아는 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다. 환자를 진료하는 것과 의료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것은 모두 의료 영역에서 속하지만, 다른 전문 분야다. 만약 위에 댓글을 쓴...

2024-01-16

[정희준의 어퍼컷] 노회찬은 왜 정동영과 손을 잡았나?

[정희준의 어퍼컷] 한국 정치 다시 보기 (1) 작년부터 이어진 대통령 국정지지율을 종합하면 대충 35%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부정평가는 무려 60%를 넘나든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을 윤석열 대통령을 간판으로 내세워 치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정권심판론이 높다. 그런데 당 지지율을 종합해보면 황당하게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경합 중이란다. 아무리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싫어도 민주당에 표를 주겠다는 중도는 없다는 의미다. 국민은 양 당 모두 불신한다. 양 당 모두 심판할 기세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평론가인 이브 미쇼는 타락한 현대미술을 개탄하며 이런 말을 했다. 이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낭떠러지에서 떨어뜨려 절명케 해야 한다'고.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노력하면 한국 정치 고쳐 쓸 수 있을까? 서로 피터지게 싸우는 양 당 정치인들이 마음 고쳐먹고 국민 위한 정치를 할 것 같나? 한국 정치 고쳐 쓸 수 있나? 정말 문제는 이 능력 미달 양 기득권 정당이 대화조차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의도 정치에서 협상, 절충, 타협, 양보는 사라져 버렸다. 지금의 양당 구조에선 한쪽이 파행을 작심하면 끝이다. 바꿔 말하면 '국정 올스톱'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원래 이재명 대표가 수차에 걸쳐 공언하고 약속한 대로 연동형으로 가고 다당제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사실 '양당제'는 죄가 없다. 문제는 사람이다. 우리나라의 정치 시스템은 준수하다. 그런데 정치인들의 수준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기에 시쳇말로 한국 정치가 '퍼져버린 것'이다. 지금 양 당 내에서 병립형을 주장하는 이들의 속내는 오직 '더 많은 의석 수'에 꽂혀있다. 다른 말로 권력욕이다. 그러나 지금 정치에 절실한 것은 정상화이다. 극단적 대결이 아닌 소통이다. 양당의 독점적 기득권, 교섭단체 기준 낮춰야 지금의 정치인들이 개과천선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그 구조를 바꿔야 한다. 정치에서 사라진 대화를 다시 불러오기 위한 또 다른 방...

2024-01-11

[한겨레 왜냐면] 이재명 대표 부산대→서울대 전원이 남긴 것, 김윤

가족 처지·결정 이해되지만 정치적·의료적 잘못된 결정 진정성 있는 지방의료대책을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태운 헬기가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헬기장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윤 |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태가 엉뚱한 논란으로 번져가고 있다. 상대방에 대한 혐오를 끊임없이 부추기는 ‘편가르기 정치’가 낳은 폭력이라는 사건의 본질은 사라지고 엉뚱하게 ‘특혜이송’ 논란이 끝없이 증폭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풀리기, 말꼬리 잡기 같은 소모적 논쟁을 넘어 일부 의사단체가 정치폭력으로 피해를 본 야당 대표와 수술을 집도한 서울대병원 교수를 고발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편가르기 혐오 정치에서 비롯된 폭력 사태가 또 다른 편가르기식 정치 논란으로 변질하지 않으려면 이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필요하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부산대병원을 놔두고 서울대병원에서 수술받기로 한 결정을 의학적 측면, 야당 대표의 결정이라는 정치적 측면, 환자와 가족의 측면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해보자. 먼저 의학적 측면에서 서울대병원으로 가기로 한 것은 적절한 결정이 아니다. 환자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대량 출혈이 발생할 수 있고, 그렇게 해서 생긴 핏덩어리가 기도를 눌러 환자를 질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외상으로 사망한 환자 연구결과에 따르면, 중증외상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면 사망확률이 2배 증가한다. 부산대병원은 우리나라에서 아주대병원 다음으로 중증외상환자를 많이 진료하는 외상센터다. 대개 중증환자를 많이 보는 병원이 치료 성적도 더 좋다. 미국 의사협회지 논문을 보면, 연간 중증외상환자를 연간 650명 이상 진료하는 외상센터의 사망률은 환자 수가 적은 병원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2021년 부산대병원이 진료한 중증외상환자 수는 810명이었던 데 반해, 서울대병원은 80명 정도로 추정된다. 부산대병원은 이재명 대표처럼 칼이나 유리, 철근 등 관통상 환자를 매...

2024-01-11

[경향 세상읽기] 거꾸로 가는 국정방향과 천박한 노동인식

새해가 되었어도 반가움보다는 우울함이 크다. 이스라엘과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화적 사태 해결 촉구에 불만의 목소리만 들린다. 바로 옆 일본은 한동안 잊고 있던 지진으로 재난을 당했고, 한반도 정세 또한 녹록지 않은 듯하다. 올해는 미국을 포함하여 약 50개국에서 대선과 총선이 있다. 유럽연합 의회 선거도 있으니 국제정세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의 정치 환경 변화는 전 지구적 차원은 물론 국가 차원의 노동문제와 연관된 무역과 통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실제로 국제협약 비준과 이행은 노동문제에 직간접적으로 연동된다. 대표적으로 한·EU FTA 체결 관련 논란을 되짚어 보면 된다. 2018년 유럽연합(EU)은 한국 정부가 자유무역협정 13장의 ‘무역과 지속 가능한 발전’ 규정 미이행 건으로 분쟁 해결 절차를 개시한 바 있다. 당시 FTA 이행사항은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 철폐’와 같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였다. 2011년 체결 이후 한국 정부가 비준하지 않은 것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한 것이다. 우리의 기존 통념과 사고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우나 국제사회에서 노동은 경제의 하위 범주가 아니다.그렇다면 지난 몇년 사이 정부의 노동인식은 변했을까. 오히려 국제 흐름과 역행하는 모습들만 확인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은 벼량 끝에 내몰리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조합을 ‘혐오’의 대상으로 규정한 지 오래다. 이미 자본과 기업의 이윤 향유를 위해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부터 과로 사회로 내모는 노동시간 정책들이 검토되고 있다. 때론 노동하는 인간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되는 것이 목도된다. 최근 이주노동자 도입 과정에서 일부 정치가들의 언사들이 대표적이다. 국제협약 위반임에도 불구하고 차별적인 정책들이 거리낌 없이 논의된다.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으로 만든 원칙과 기준이 모두 흔들리고 있다.이런 우려는 국정 운영 방향을 ...

2024-01-04

[김윤의 메디컬인사이드] 의료개혁? 무정부적 의료공급체계부터 개편해야

[편집자주] 중증 응급, 소아, 분만 등 붕괴 위기에 처한 필수의료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 교수는 의사 수를 늘리는 것과 동시에 '나쁜 의료제도'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료계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때로는 '논쟁적 존재'가 되는 그가 '김윤의 메디컬인사이드'를 통해 의료계 문제를 진단하며 해법을 제시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을 위한 지역 순회 간담회'를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2023.12.13/뉴스1 보건복지부 장관이 2024년을 '의료개혁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신년사를 발표했다. '응급실 뺑뺑이' 뉴스를 보면서 나한테 저런 일이 생기면 어쩌나 불안해하는 국민, 새벽 6시부터 병원에 줄 섰지만 접수 번호 43번을 받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지쳐 잠든 아이와 엄마들, 치솟는 의사 몸값을 감당할 수 없어 의사를 구하지 못해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같은 필수 과목 진료실 문을 닫은 지방 병원들, 이젠 아프면 큰 도시까지 나가야 하는 의료취약지에 사는 주민들. 지난 한 해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무너지면서 고통 받았던 국민에게 복지부 장관의 신년사는 큰 희망을 주는 말이다. 장관이 약속한 대로 올해가 의료개혁 원년이 되려면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과 함께 꼭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첫째 '무정부적인 의료공급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올해 의대 정원을 확대해도 졸업생 배출이 늘어나는 2031년까지 앞으로 10년 동안 의사 부족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다. 무정부적인 의료공급체계를 개편해야 지금 배출되는 의사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의사 수를 늘려도 지금 같은 무정부적인 의료공급체계로는 부족한 곳에서 일하게 할 수 없다. 지난 5년 간 대도시의 인구당 의사 수는 의료취약지에 비해 동네 의원 의사의 경우 9배, 종합병원 의사의 경우 2배 더 많이 늘었다. 낙수효과로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무정부적인 의료공급체계를 ...

2024-01-02

[내일신문 경제시평] 새해 국가 과제와 국민의 역할 

갑진(甲辰)년 새해가 시작됐다. 지난 50년간 국민 노력에 기인한 경제성장과 발전으로 2021년 7월, 가장 짧은 자본주의 역사국인 한국이 최초로 선진국에 진입(UNCTAD)했다. 다만 진짜 선진국이 되려면 중·후진국 수준인 다양한 사회·경제·법적 구조를 개혁해 더 많은 중산층 이하 국민이 실질적 혜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오랜 역사의 선진국보다 양극화와 불평등 더 심각한 나라>먼저, 부정의하고 부도덕한 사회를 파괴해야 한다. 최근 우리사회를 요약한 사자성어를 보면 묘서동처(猫鼠同處) 과이불개(過而不改) 견리망의(見利忘義) 등이다. 즉 '공익적 의무자들과 이권을 노리는 자들이 한통속이고,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으며, 공공의 이익보다 자기 돈벌이에만 집중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올바른 국가사회를 만들 의무가 주어졌음에도 정치·사법·행정 리더들이 자기와 소속집단의 이익만을 위해 시민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올바른 국회의원'을 뽑는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둘째, 양극화와 불평등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2019~2023)를 보면 2022년 평균 가구소득이 6762만원(2019년 대비 +14.14%), 가처분소득 5482만원(+13.78%)인 반면 부채는 9186만원(+16.13%)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소비자물가종합지수가 112.74(2020=100)로 10%이상 오른 것을 고려하면 소득증가 의미는 낮은 반면 부채증가 의미는 더 커졌다. 더구나 고금리 시기라 다수 국민의 부담이 더욱 가중됐다.또한 지난해 가구별 평균자산은 5억2727만원(2019년 대비 +22.07%), 순자산은 4억3540만원(+23.40%)이다. 순자산 3억원 미만 전체가구 비중이 57.4%(-5.8%p), 10억원 이상 가구비중이 10.3%(+3.5%)이다. 동시에 소득 5분위 계층별 자산 보유비중은 상위 5분위가 2023년 44.6%(+0.8%p), 4분위 계층 22.1%(-0.5%p), 3분위 계층 15.9%(-0.5%p), 2분위 ...

2024-01-02

[경향 정동칼럼] ‘공갈빵’ 같은 정부의 간병비 대책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국민의 간병 부담을 하루빨리 덜어드릴 수 있도록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 발표하라”고 지시하자, 정부는 곧바로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방안’을 내놓았다. 대통령이 ‘간병 지옥’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했고, 정부가 “간병비 걱정 없는 나라, 국가가 중심이 되어 책임집니다!”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으니 정말 간병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것은 겉보기만 그럴싸하고 정작 알맹이는 없는 ‘공갈빵’ 같은 대책이다. 첫째, 요양병원 간병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대책은 이 정부 임기를 마칠 때까지 시범사업만 하겠다는 것이다. 이 정부 임기가 절반쯤 지난 2024년 7월에 시범사업을 시작해서 이 정부 임기를 마치기 직전인 2027년 1월에서야 본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 내내 시범사업만 하겠다는 것이고, 돈은 안 쓰면서 생색만 내겠다는 것이다. 내년 요양병원 간병비 시범사업 예산은 85억원에 불과하다. 남은 임기 내내 시범사업을 해야 할 정도로 준비할 것이 많을까? 그렇지 않다. 요양병원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은 간병을 누가 담담하고, 간병 인력 1명이 몇명의 환자를 담당하도록 할 것인가를 정하면 된다. 간병을 담당할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같은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큰 문제가 아니다. 자격증은 있지만 일하지 않고 있는 유휴인력이 많기 때문이다. 유휴인력은 간호조무사가 40만명, 요양보호사가 150만명에 달한다. 한 사람이 담당하는 노인 환자 수를 선진국 수준으로 줄여주고 근무조건을 개선하면 유휴 인력을 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막대한 재정이 들어가는 사업이니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간병비로 돈을 얼마나 쓸 것인가를 사회적으로 결정하면 되는 문제이지 시범사업을 한다고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 방안대로 장기요양보험 1~2등급이면서 의학적으로 중증인 노인에게만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

2023-12-27

[뉴스웨이 류영재의 ESG 전망대] 주주자본주의라는 '고양이'와 인류의 미래라는 '생선'

지난 11월 17일 샘 올트먼은 그가 창업한 오픈AI 이사회로부터 해고됐다 닷새 만에 복귀했다. 샘 올트먼을 해고한 이사회가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주요 투자자들과 직원들의 압력에 손을 든 것이다. 오히려 샘 올트먼 퇴출을 주도했던 일리야 수츠케버는 이사회에서 사퇴했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가 이사회에 의해 해고되고 복귀하는 과정은 우리들에게 생경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그 답을 오픈AI의 독특한 기업거버넌스에서 찾을 수 있다. 오픈AI는 2015년 비영리법인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2019년 사업자회사를 설립할 당시 이윤 창출의 속도와 규모를 제한하는 이른바 '수익상한제'를 두었다. 즉 인공지능 발전으로 인한 가공할 혜택과 아울러 그 위험성도 동시에 고려하면서 사업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는 근본적인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따라서 일반적인 주식회사와는 달리 오픈AI 기업거버넌스에는 인공지능 상업화의 속도를 조절하고 견제할 수 있는 다섯 가지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첫째, 오픈AI GP LLC라는 영리 자회사를 오픈AI Inc라는 비영리 모회사가 완전히 통제한다. 비영리 모회사의 이사회가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며, 영리 자회사에 130억 달러를 투자해 49% 지분율을 보유한 마이크소프트조차도 모회사 이사회 의석을 갖지 않는다. 자본 출자와 의사결정의 비례성 원칙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 이사회는 비영리성을 바탕으로 안전한 범용인공지능(AGI) 발전을 위한 수탁자책무(Fiduciary duty)를 다해야 한다. 이 역시도 주주에 대한 수탁자책무를 강조하는 일반적인 주식회사 이사회와 그 결을 달리 한다. 따라서 오픈AI 이사회는 주주만이 아닌 인류 전체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 모두의 이익과 혜택을 고려하여 사업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것이 그들에게 부여된 수탁자책무다. 셋째, 이사회 멤버의 과반수는 독립적인 사외이사로 구성되며 이들 사외이사는 지분을 보유하지 않는다. 심지어 샘 올트먼도 오픈AI 지분...

2023-12-22

[경기신문 김동규 칼럼] 침으로 범벅이 된 동상

1. 문화인류학자 타이거와 폭스(Tiger & Fox, 1971)는 ‘보은(報恩)의 망(web of indebtedness)’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타인에게 은혜를 받으면 그것을 되갚는 사회적 태도를 말한다. 이 원칙이 노동을 분화시키고 재화와 서비스의 상호 교환을 가능케 함으로써 인류 문명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거다. 사냥으로 생존을 유지하던 구석기 시대가 대표적 사례다. 발 달린 사냥감이 필요한 시기에 딱 맞춰 눈앞에 나타나지는 않는다. 먹거리 획득이 부정기적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잡은 짐승 고기를 자기와 가족만이 독식한다 치자. 그 같은 습관을 반복하면 나중에 자신이 굶을 때 주위에서 도움을 주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봐서 무리 속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게 되는 거다. 주어진 호의와 선물을 되갚는 후성유전학적 DNA가 호모사피엔스에게서 우세를 점한 이유다. 이런 행동이 인종을 초월한 모든 문화권에서 미덕으로 전승되는 것이 그 때문이다.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준 제비나 ‘은혜를 갚은 까치’ 같은 우화 말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보은은 커녕 은혜를 악으로 갚는 자들도 드물게 존재한다. 사람들은 이런 자를 말종이라 부른다.   2. 이완용을 보자. 기록에 따르면 그도 처음부터 매판적이지는 않았다. 대한제국의 숨구멍이 아직 살아있을 때는 개화독립파로 행세했다. 독립협회 2대 회장을 지낼 정도였다. 그랬던 자가 어떻게 만고역적의 대명사로 변절했을까. 탐욕 때문이었다. 개인적 부귀와 영달을 모든 가치의 앞에 두었기 때문이다. 포기해서는 안 되는 도리와 사회적 책임감을 헌신짝처럼 내버린 것이다. 이런 모습을 가장 자주 보는 곳이 정치권이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연속해서 나타난다. 스스로 힘으로 지역구에서 당선된 후 당을 옮기는 경우는 양반이다. 최악의 케이스는 아무 대가도 안 받고 자신을 국회로 보내 준 정당과 이념에 침을 뱉고 거꾸로 칼을 꽂는 자다. 내세우는 명분이 뭐든 간에 이런 인간의 영혼을 움켜잡은...

2023-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