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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칼과 방패 그리고 저울 이야

경향신문 [기고]칼과 방패 그리고 저울 이야   최정묵 공공의창 간사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 2024.07.24 20:33 입력 2024.07.24 20:34 수정 국민권익위원회는 경찰, 검찰, 법원과 달리 강제조사권, 기소권, 최종처분권이 없다. 그럼에도 대통령 배우자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종결 처리가 대통령 탄핵 청원과 맞닿아 있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많은 국민이 대통령 배우자의 명품백 수수 장면을 봤지만, 청탁금지법 주무기관인 권익위는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헌법 제1조와 제11조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을 담고 있다. 이는 국민과 국가가 한 계약이다. 때문에 권익위의 이번 종결 처리는 국민과 국가 간 사회계약에 대한 정부 측의 심각한 불이행 사건으로 간주할 수 있다. 이는 개별 법률의 위반 여부를 떠나,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헌법 정신을 위배한 행위로서 국민과 국가 간 사회계약을 정부가 훼손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국민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서민 가정의 부부는 맞벌이를 하며 월급을 합쳐도 생활비와 교육비, 의료비 등으로 저축은커녕 대부분 빚을 져야 하는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 배우자가 명품백을 수수했다는 소식은 대다수 서민 가정에 큰 박탈감을 안겨주었다. 비정규직이나 최저임금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기본 생활비조차 충당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이들 노동자도 분노하고 좌절할 수밖에 없다. 많은 청년은 학자금 대출과 낮은 임금, 불안정한 고용 상태 등으로 인해 삶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공정한 사회를 꿈꾸는 청년들에게도 대통령 배우자의 행동은 큰 실망감을 불러일으켰다. 권익위는 어떻게 국민의 고통을 묵인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이는 권익위가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수 있다. 권익위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권익위보다 힘이 센 검찰과 법원도 그렇게 하기 때문이라고 판...

2024-07-24

연금개혁으로 돌아보는 언론의 역할

일간지 현장 기자였던 2016년에 남몰래 추진하던 출판 프로젝트가 있었다. 회사에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출판사를 섭외했다. 출간 시기는 2017년 중반으로 계획했다. 책의 내용은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는 빼곡한 취재이자, 정책 검증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출간되면 자연스레 화제를 모으고, 정책 보도의 중요성을 환기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현실은 달랐다. 갑작스런 탄핵 정국으로 “조속히 원고를 마무리하지 않으면 출판을 접겠다”는 출판사의 경고를 받았고, 부랴부랴 원고를 마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된 이틀 뒤인 3월13일 책 ‘공약파기’가 출간됐다. 안타깝게도 탄핵 당한 대통령의 공약과 정책을 궁금해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오래된 경험을 굳이 꺼낸 이유는 이 책의 출간이 나름 정책 저널리즘을 언론에서 구현하기 위한 ‘빅픽처’의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정책 보도로 화제를 모으고 반향도 일으킬 수 있음을 입증해 언론사에서 정책 저널리즘을 체계화하고자 했지만, 대통령 탄핵으로 시작부터 어그러졌다. 결국 현실은 정치부 기자로서 선거의 한복판에서 철저히 비주류화된 정책을 목도하는 것이었다. 최근 연금개혁을 둘러싼 논의를 지켜보면 정책에 대한 언론의 딜레마를 다시금 절감한다. 정책이 중요한 것은 이해하지만, 깊이 있는 정책 보도를 하기가 쉽지도 않을뿐더러 독자의 관심을 받기는 더더욱 어렵다. 그러니 지금까지의 연금개혁에 대한 언론의 주된 보도는 ‘기금 소진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거나, 연금개혁안에 대한 각 입장 간 차이를 나열하는 데 그쳤다. 국민연금과 노후보장 정책의 상태가 어떤지, 연금개혁안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궁극적으로 정부가 국민들의 노후 보장에서 책임질 수 있는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등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게 이뤄지지 못했다. 언론이 제대로 된 공론장을 만들지 못하니, 개혁이 지체되는 현상도 반복됐다. 연금은 국민 대다수의 노후를 책임지는 중요한 사회보장제도인 동시에 제도의 안정성, 지속가능...

2024-05-28

한국판 ‘moon & loon shots’이 필요하다

1. 지난 5월 9일자 Economist지는 ‘The world’s economic order is breaking down’ 제하의 표지 기사를 실었다. 기사의 골자는 ‘냉전 이후 지난 30여년간 지속되었던 세계 자유무역 질서가 와해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관련하여 크게 세가지 이유와 특징 등을 적었다.  첫째, 지난 수십년간 자유무역을 주도했었던 미국이 이제는 거꾸로 지난 5년여동안 WTO 체제의 와해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 EU 역시도 중국산 전기차 등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에 합세했다. 이러한 정책적 변화는 냉전 종식과 시기를 맞춰 진행되고 있다. 자국 투자와 산업에 대한 보조금 증가 및 각종 제재와 관세 부과 등이 그 방증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러우전쟁 이후 러시아에 대한 수백건의 제재가 결행되었고, 특히 미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다양한 제재수위를 높이고 있다.  둘째, 지난 수십년간 퇴조해왔던 각국의 산업 정책이 재부상하고 있다. 주요국 정치인들의 발언과 정책 내용들을 살펴 보면 2차 대전 직후의 기시감이 들 정도이다. 다만 당시는 석탄과 철강 등을 둘러싸고 각축전이 전개되었다면, 최근들어서는 청정 에너지, 전기차, 반도체 칩 분야에서 주도권을 놓고 격렬한 쟁탈전이 전개되고 있다. 즉 리쇼어링, 프렌드쇼어링 등으로 대표되는 자국중심 경제(homeland economics)가 그것이다.  셋째, 그 결과로 국제기구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IMF는 저개발국 부채 해결에 있어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으나, 이제는 중국 인도와 같은 대체 채권 공여국들이 부상하면서 상대적으로 그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따라서 IMF는 기후위기나 불평등 문제 해결에 촛점 맞춰 자신들의 역할을 재설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퇴락한 기구는 WTO라고 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역(逆) 세계화로의 세계경제 질서 재편으로 인해 지역간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도 경고하고 있다.&nbs...

2024-05-26

[경향 세상읽기] 플랫폼노동·프리랜서, 육아돌봄 권리 찾기

  ‘저출생’과 ‘초고령’ 문제가 전 사회적 이슈다. 몇몇 커뮤니티에서는 임신·출산·육아문제를 축약한 ‘임·출·육’과 같은 키워드가 눈에 띈다. 당사자들의 분노와 공분의 표출 현상 같다. 저출생 문제를 위한 기업 지원 사례도 언론에서 자주 등장한다. 부영그룹과 쌍방울그룹은 출산장려금 1억원 지원을 발표했고, 콜마홀딩스도 셋째 출산장려금 2000만원을 내놓았다. 그동안 주요 기업들의 육아휴직이나 단축근무 확대 등과는 다른 모양새다. 정치권도 선거철만 되면 다자녀 수당이나 주거·주택 지원 같은 현금성 공약을 제시한다. 심지어 일부 지자체는 성인남녀 소개와 같은 이벤트성 행사를 보도자료로까지 발표하고 있다. 제도와 정책의 구조적 접근이나 논의들은 관심 밖이다. 특정 기업의 우수사례 소개나 서비스 제공만으로는 근본적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 정부 통계는 이를 잘 보여준다. 2023년 기준 육아휴직 수급자는 12만6000명에 불과하고, 여성은 9672명이 적용받았다. 이조차 대기업과 공공부문 종사자가 다수다. 우리는 사업장 규모, 직무 성격, 고용형태 등에 따라 육아돌봄의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육아휴직 사용이 저조한 것은 인력, 급여, 돌봄 문제만이 아니라 불이익 때문에 맘 편히 사용할 수 없는 이유도 있다. 그간 모·부성 정책의 보장성 확대와 실효성 강화에 초점을 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육아돌봄정책에서 배제된 취약층까지 포괄할 시점이다. 1988년 시작된 육아휴직급여제도는 2001년 고용보험법 개정과 함께 시행되고 있으나 그 시효를 다 했다. 지난 25년 사이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은 급속히 변화했는데 제도는 따라가지 못한다. 특수고용 165만명, 플랫폼노동자 292만명, 프리랜서 400만명 등(중복 포함) 비임금노동자가 847만4000명(여성 53.4%)에 달한다. 비정규직 규모와 거의 같다. 이들 모두 노동법과 사회보장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집단이다. 무엇보다 비임금노동자 모두에게 고용보험 적용 입구를 넓혀야 한다. 전국민...

2024-05-23

활동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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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0월 정례포럼 (미래아젠다행동 연속토론회 4)

[미래아젠다행동 프로젝트] 미래아젠다행동 연속토론회(4차)를 개최합니다. 지난 3차 토론회(9.26)에서는  기후위기가 환경 이슈라는 본래의 성격에서 벗어나 통상 문제로 전환되는 국제 질서의 흐름을 분석하면서, 에너지전환, 산업구조재편, 공급망확보라는  당면한 과제와 대응 전략에 대해 짚어보았습니다.    4차 토론회에서는 기후위기, 인구변화, 기술혁명 등의 복합 위기가  노동(시장)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구체적인 문제와 대안은 무엇인지를 두고 토론을 이어갑니다. [미래아젠다행동 연속토론회 4] 패러다임 전환과 노동관계의 변화 ○ 일시: 2024년10월31일(목) 16:00-18:00 ○ 장소: 노무현시민센터 다들려 ● 사회       정세은 / 충남대 교수, 경제학 ● 발제       정흥준 / 한국과학기술대 교수, 경영학 ● 토론       이병헌 / 광운대교수, 경영학       이승호 / 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조혁진 / 노동연구원 연구위원  

2024-10-19

정례포럼
공지 9월 정례포럼

[미래아젠다행동 프로젝트]   미래아젠다행동 연속토론회(3차)를 개최합니다.   지난 두 차례의 토론회에서 아젠다 설정의 원칙과 방향, 그 배경이 될 국내외 트렌드를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이슈를 더 구체적으로 다루기 위해 분야별 토론으로 들어갑니다.   첫 번째 분야로 기후위기를 다룹니다.   미국, EU, 중국 등 주요 경제 대국은 기후위기에 주도적으로 대응하면서 ‘지속가능성’에 기반한 각종 규제(장벽)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배경, 내용, 특징을 살펴보고, 그것이 국내 산업 및 기업 생태계와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과 정책적 시사점을 논의합니다.     [미래아젠다행동 연속토론 3]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주요 강대국의 통상 전략과 국내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 2024년 9월 26일(목) 16:00-18:00 ○ 노무현시민센터 다들려   ○ 프로그램 √ 사회: 진종헌, 미래아젠다행동 특별위원회 위원장, 공주대교수 √ 발제: 서정석, 김앤장법률사무소 연구위원 √ 토론: 정세은, 충남대교수    

2024-09-05

현안이슈
공지 연합 토론회 "한국의 사회적 대화 평가와 미래 방향"

<한국의 사회적 대화 평가와 미래 방향>   ○ 일시 : 2024년 9월 3일(화요일) 10:00-12:00 ○ 장소 : 국회의원회관 내 간담회 혹은 세미나실 ○ 주최 : 대전환포럼, 국회노동포럼, 신장식의원실, 서왕진의원실, 김재원의원실   좌장 이상호, 성공회대초빙교수 발제 1 한국의 사회적 대화 평가 - 박성국,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2 사회적 대화의 미래 방향 모색 -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토론 장홍근,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공동대표 황용연, 한국경총 노사협력본부장 한인상, 국회입법조사처

2024-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