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moon & loon shots’이 필요하다

총괄관리자
발행일 2024.05.26. 조회수 121

1.

지난 5월 9일자 Economist지는 ‘The world’s economic order is breaking down’ 제하의 표지 기사를 실었다. 기사의 골자는 ‘냉전 이후 지난 30여년간 지속되었던 세계 자유무역 질서가 와해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관련하여 크게 세가지 이유와 특징 등을 적었다. 

첫째, 지난 수십년간 자유무역을 주도했었던 미국이 이제는 거꾸로 지난 5년여동안 WTO 체제의 와해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 EU 역시도 중국산 전기차 등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에 합세했다. 이러한 정책적 변화는 냉전 종식과 시기를 맞춰 진행되고 있다. 자국 투자와 산업에 대한 보조금 증가 및 각종 제재와 관세 부과 등이 그 방증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러우전쟁 이후 러시아에 대한 수백건의 제재가 결행되었고, 특히 미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다양한 제재수위를 높이고 있다. 

둘째, 지난 수십년간 퇴조해왔던 각국의 산업 정책이 재부상하고 있다. 주요국 정치인들의 발언과 정책 내용들을 살펴 보면 2차 대전 직후의 기시감이 들 정도이다. 다만 당시는 석탄과 철강 등을 둘러싸고 각축전이 전개되었다면, 최근들어서는 청정 에너지, 전기차, 반도체 칩 분야에서 주도권을 놓고 격렬한 쟁탈전이 전개되고 있다. 즉 리쇼어링, 프렌드쇼어링 등으로 대표되는 자국중심 경제(homeland economics)가 그것이다. 

셋째, 그 결과로 국제기구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IMF는 저개발국 부채 해결에 있어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으나, 이제는 중국 인도와 같은 대체 채권 공여국들이 부상하면서 상대적으로 그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따라서 IMF는 기후위기나 불평등 문제 해결에 촛점 맞춰 자신들의 역할을 재설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퇴락한 기구는 WTO라고 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역(逆) 세계화로의 세계경제 질서 재편으로 인해 지역간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도 경고하고 있다. 

2.

주지하듯 이러한 세계경제질서의 재편은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위험요소가 아닐 수 없다. 지난 수십년 한국경제는 글로벌 자유무역 확대 과정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국가이기에 그렇다. 역사적으로도 한반도의 기본 조건은 반도 밖 외생적 요인들에 의해 규정되었다. 대륙과 해양을 잇는 특수한 지정학적 조건때문이다. 임진왜란은 일본 도요토미 히데요시 패권 성립, 병자호란은 명청 교체기에 발발했다. 지난 세기의 국권 상실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이러한 한반도 밖의 변화를 면밀히 읽고 그것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한국과 한국경제는 또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또 다시 중대 기로에 서있다. 

물론 (한국의 글로벌)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 지정학적 & 지경학적 판을 선제적으로 읽고, 언론이나 정부의 예측보다 한발 앞선 대응해 왔을 것으로 믿고 싶다. 허나 기업은 시장과 필드에서 할 바를 다한다지만, 정부는 정부의 소임과 역할이 분명히 있다. 나는 그것이 ’경제안보를 고려한 전략적 산업정책의 강화‘라고 생각한다. 지난 수십년 자유무역 및 탈규제가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도외시되고 약화되었던 산업정책을 부활시켜야 한다. 

3. 
나는 그것을 ‘한국판 문 앤 룬샷(Moon & Loon shot)정책‘으로 명명하여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우선 문샷(Moonshot) 정책이란, 1969년 미국의 달착륙 프로젝트인 아폴로 계획처럼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적이며 장기적 대형 국가과제를 일컫는 말이다. 고만고만한 단기적 대증적 정책들도 필요하지만, 현재와 같이 글로벌 판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는 패러다임을 확 바꾸는 '파괴적 혁신'의 초대형 장기 정책이면 미션 지향적 국가 프로젝트가 요구된다.

예컨대 일본은 반도체 부흥을 위한 20년 장기 정책을 이미 제시했고, 미국은 반도체 설계뿐만 아니라 제조까지 다시 거머쥔다는 야심찬 비젼 하에, 차기기술을 넘어선 ‘차차기& 차차차기’ 기술 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미래 안보 경제 산업의 쌀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 굴기 문샷 정책인 것이다. 

또한 일본 정부는 2018년부터 과학기술을 통한 파괴적 혁신으로 사회적 과제를 해결한다는, '문샷형 연구개발제도'도 추진하고 있다. 이 최종 목표는 인간 행복의 극대화를 위해, 일본 정부는 2050년까지 i) 신체·뇌 공간·시간의 제약에서 해방 ii) 질환의 극초기 예측·예방 iii) 인간과 공생하는 인공지능(AI) 로봇 iv) 지구 환경의 재생 등 과제를 제시했다. 

미국 정부는 암 정복을 위한 '캔서 문샷(Cancer Moonshot)' 정책을 추진 중이다. 캔서 문샷은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16년 시작된 정책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이를 이어받아 새롭게 정립했다.

최근 미국 상원은 430조원의 국가 예산을 투입하여 ai 로드맵을 발표했다. 막대한 규모의 예산이 아닐 수 없다. 한국도 ai natioal roadmap이 담긴 문샷정책을 치밀하게 준비하여 장기적 과제로 일관성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최소 국가예산의 5% 이상을 이 부분에 투입해야 한다. 

둘째, 룬샷(Loonshots) 정책이란 기존의 틀을 깨고 성장과 성공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파격적 혁신적 정책을 말한다. 하지만 기존의 관료적 문화와 시스템 하에서는 룬샷적 아이이디와 추진 동력이 결코 생길 수 없다. 별도의 조직과 민간 인재로 팀을 만들어야 한다. 파격적인 대우와 인센티브 시스템을 갖춰 최고의 글로벌 인재들을 모아야 한다. 가칭 ‘룬샷청’을 두고 통섭적 다학제(multi-discilpinary approach)적 접근을 해야 한다. 별도의 특별법도 만들어야 한다. 

룬샷청에서는 세계 최초의 질문들만을 제시하고 그 화두를 붙들고 풀어 나가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우리 경제가 fast follower(추격경제)에서 fist mover(선도경제)로 패러다임 쉬프트, 게임 체인지를 위해서 이 룬샷적 접근은 반드시 필요하다. 추격경제에 맞게 최적화 되어 있는 기존의 관료 시스템과 인재들로는 이 선도 경제적 접근이 불가능한 까닭이다. 

이 룬샷청에서 ai 등 미래 첨단 테크, 기존산업의 탈탄소/탄소중립화, 기후테크, 바이오 및 의료, 문화 한류 등의 소프트 산업 등에서 게임의 판을 확 바꾸는 혁신적 발전 전략 등을 마련하고 밀도있게 추진해야 한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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