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경제시평] 디지털경제에 필요한 독과점 규제

총괄관리자
발행일 2023-11-02 조회수 93

경제산업 생태계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면서 한국경제 내부에서의 경쟁상태, 즉 독과점 실태 양상을 확인하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재벌대기업과 국내외 빅테크기업 중심의 사익추구에 따른 일상적 갑질과 불공정거래, 창조적 혁신 억제, 특히 플랫폼사업의 확장에 따른 경제사회적 약자의 권익침탈과 우리경제의 경쟁력 약화 요인이기 때문이다.

<디지털경제 시대에도 재벌대기업과 빅테크 경제력 집중 더욱 강화돼>

지난 6월 공정위가 발표한 2020년 기준 국내경제 전체의 시장집중도 결과는 광업·제조업 분야의 독과점 정도가 지난 10년간 소폭 완화되었으나 업종별 상위 3사 시장점유율이 2010년 43.9%에서 2017년 41%대로 미세하게 낮아진 이후 큰 변화없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로 반도체·자동차·휴대폰 제조업 등 51개 업종이 다른 산업에 비해 시장집중도 및 평균출하액 등이 높은 반면 외부로부터 경쟁압력이 낮아 연구개발(R&D) 투자비율이 저조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36개 산업은 상위기업들의 구성과 순위가 10년 넘게 변화 없이 유지돼 독과점 정도가 고착화됐고, 신규경쟁자 진입이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서비스업 분야에서는 독과점 정도가 완화되면서 CR3(상위 3개기업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2015년 23.8%, 2020년 21.8%로 하락했으나 매출액 중 1~4위 규모를 차지하는 은행·보험업 등 금융 분야의 시장집중도는 5년 전보다 오히려 높아지는 등 경쟁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무선·위성통신업(CR3 90.9%) 등 37개 산업은 상위기업으로의 쏠림현상이 심한 독과점산업으로 파악됐다.

필자가 2018년 분석한 바에 따르면 국내 재벌그룹의 경제력집중 수준, 즉 국내총생산(실질GDP) 대비 전체 재벌그룹의 공정자산 비율 추이는 1987년 55.3%, 1997년 97.8%, 2002년 59.3%, 2008년 84.5%, 2012년 104.5% 2017년 100.3%였다.

2015년 기준 GDP디플레이터 등을 반영한 최근 경제력집중도 추이는 다음과 같이 추정됐다. 2016년 107.9%, 2017년 111.7%, 2018년 112.6%, 2019년 117.5%, 2020년 127.0%, 2021년 136.4%, 2022년 143.9% 등이다. 그리고 재벌그룹과 계열사 숫자 추이도 2018년 59개 그룹(2103개사), 2019년 64개(2284개), 2020년 71개(2612개), 2021년 76개(2886개), 2022년 82개(3076개)로 확인됐다.

역대 경제력집중 추세를 요약하면 1987년부터 IMF외환위기 이전까지는 10년간 연평균 4.25%p씩 지속적으로 높아진 이후 1997년 경제위기 이후 급락했다. 그리고 2002년부터 10년 간 연평균 4.52%p씩 높아진 후 정체 및 하락했다. 즉 역대 경제력집중도 추세는 경제위기 또는 침체시기에는 그 상승률이 낮아졌지만 평균적으로 GDP 성장률보다 높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현실은 2017년 이후, 특히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경기침체 시기였음에도 역대추이와 전혀 다른 특징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즉 경기침체임에도 경제력집중 수준이 급격히 상승했고, 재벌그룹 소속 계열사 역시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2022년 12월 말 기준 전국사업체·기업이 614만1000개인 가운데 불과 3076개 재벌계열사의 자산 규모가 GDP대비 143.9%나 됐다.

<디지털경제·플랫폼사업구조에 맞는 새로운 독과점 규제법안 도입해야>

이러한 배경은 디지털경제시대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결국 경제력집중도 배경은 다양하지만 디지털경제·플랫폼사업구조는 자본력이 막대한 대기업과 빅테크기업들에게 유리한 생태계와 우월한 경쟁여건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앞으로 국민경제와 국민의 삶의 질 제고, 글로벌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더욱 강력한 독과점구조 통제와 불공정거래를 혁파할 수 있는 새로운 독과점 규제법안을 조속히 도입해야 할 것이다.

 

위평량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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