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프로그램에서 백종원 대표가 장사가 안되는 식당 주인들에게 요리 비법을 전수해주는 내용이 종종 나온다. 누구나 자신의 직무 역량을 발전시키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럴 때마다 백종원 대표를 찾는 것이 아니라 평생교육이나 직업교육의 시스템에서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배울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과정이 보장되는 학습사회의 비전을 어떻게 이루어나갈 것인가? 이러한 비전이 이루어진다면, 수능과 내신 성적, 고시 합격이 삶의 전부라는 절대 신화를 우리는 깰 수 있다.

통계청 KOSIS 사이트에 들어가면 학습 영역별 평생학습 참여율(2023)이 제시되어 있다. 형식교육과 비형식교육을 포함한 성인들의 전체 참여율을 보면 32.3%에 불과하다. 통계를 보면 몇 가지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20대: 44.8%, 40대 32.6%, 60대 25.9%), 학력이 낮을수록(중졸 22.15%, 고졸 25.5%, 대졸이상 39.9%), 월평균 가구 소득이 낮을수록(150-300만원 미만 28.7%, 500만원 이상 36.1%), 평생학습 참여율도 낮아진다. 직업 관련 목적을 가진 평생학습 참여율은 15%에 그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보도자료(2024.4.18.)에 의하면, 지난 1년 간 일반 도서를 한 권 이상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이 초중고학생은 95.8%, 연간 종합독서량은 36권인 반면에, 성인들의 종합독서율은 43.0%, 종합독서량은 3.9권으로 뚝 떨어진다. 한마디로 학생들에게 공부해라, 책을 읽으라고 어른들과 부모들은 지겹도록 잔소리를 하지만, 정작 그들은 책을 별로 읽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교원들은 어떨까? 정확한 통계가 없어서 분석은 어렵지만 일반 성인들보다는 평생학습이나 독서율이 훨씬 높을 것으로 짐작해본다. 교사의 업무시간 주요국 비교자료를 보면, 전문성 개발 활동에 우리나라 중학교 교사들이 2.6시간(업무시간 및 일주일 기준)을 쏟는데, OECD 1.7시간, TALIS(조사참여국) 평균 2시간으로 나타난다. 교사들의 전문성 개발활동 유형별 참여도를 보면, 전문서적 탐독 81.4%, 온라인 강좌/ 세미나 90.6%, 공식적인 동료코칭 75.7%, 오프라인 강좌/세미나 75.5%, 교사네트워크 참여 68.2%, 타학교 방문 51.7%, 교육 컨퍼런스 44.2%, 기관방문 24.4% 순으로 나타났다(이동엽 외, 2019). 이처럼 학교 내외에서 연수를 의무적이든, 자발적이든 받기도 하고, 자율 연수도 하기 때문이다. 교재연구를 하는데 학습 없이 제대로 된 준비는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학교 안팎으로 교원학습공동체에 참여하는 교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학습공동체, 학습조직, 전문적학습공동체, 학습연구공동체, 교원학습공동체, 교사자율연구모임 등 여러 용어 사용이 가능한데, 본 고에서는 교원학습공동체 또는 학습공동체로 명명하겠다.

그렇다면, 누가 왜 교원학습공동체에 참여하는가? 한마디로 말하면, 힘들고, 버겁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자꾸 실패하기 때문이다. 수업이나 학급운영에서 성공만 한다면 학습공동체를 굳이 찾지 않을 수 있다. 수업과 교육과정, 평가, 학급운영, 생활지도 등은 복잡성 영역으로서, 투입을 하면 성과가 바로 나오는, 자극과 반응의 영역은 아니다. 즉, 계획대로 뭔가가 척척 이루어지는 경우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수업이 정말 잘 되고, 학생들의 반응도 좋고, 수업 종료 후 교실을 나설 때 뿌듯함과 행복감을 느끼는 날은 1년에 얼마나 될까? 반항하는 아이들,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아이들, 뭔가 소통이 안되는 학교 문화 내에서 갑갑함과 외로움, 어려움을 느낄 때, 뭔가 돌파구를 찾게 된다.

그 돌파구가 학습공동체일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 동일한 어려움을 느끼는 동료를 만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공감과 위로를 얻는다. 공감과 위로만으로 충분할까? 그 이상을 꿈꾼다. 어떤 한계와 어려움을 동일하게 만났는데, 이를 돌파하기 위해 몸부림쳤고, 성찰과 반성을 통해 전략을 바꾸어본, 그래서 그것을 극복한 ‘선배 고수’들을 만난다. 그 만남은 자극과 학습, 실천으로 이어진다. 도널드 쇤이 쓴 『전문가의 조건: 기술적 숙련가에서 성찰적 실천가로』 저서를 보면, 전문가는 학부나 대학원에서 배운 이론적 지식을 현장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사람들로 규정하지 않는다. 그는 백지상태에서 배운 이론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모델을 ‘기술적-합리주의’ 모델로 칭한다. 교대와 사대 시절에 배운 지식이나 임용고사에 합격하기 위해 습득한 지식이, 막상 학교 현장에서 통하지 않는 무기력한 상황을 만난다. 이처럼 시행착오를 경험한 우리의 실천 과정에서 경험적 지식이나 암묵적 지식 축적되고, 이 과정에서 성찰하고 반성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지속적으로 도모한다. 그들이 진정한 전문가이다.

교원학습공동체의 학습과정으로 돌아가 보자. 그 과정을 관찰해보라. 유능한 교사임을 자랑하기보다는 학교에서 경험한 나의 약점과 아픔, 상처, 어려움을 드러낸다. 이는 구성원 서로를 믿는 신뢰의 힘이 전제될 때 가능해진다. 이러한 고백과 나눔의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정량의 학습과 연구가 필요한데, 그 방식으로 통상 책과 논문 읽고 토론하기, 전문가 특강 듣기, 기존 실천 사례 분석과 나눔 등을 채택한다. 이러한 학습의 양상을 보면, 공감, 문제 드러내기, 원인과 대안 찾기, 성찰하기, 실천 전략 모색하기, 적용한 결과를 다시 나누기 등의 과정으로 순환한다. 어떤 논문이나 책을 읽더라도, 교사들은 내가 근무하는 교실 내지는 학교 상황의 맥락에서 자신의 실천 경험을 연결 지으며 학습한다. 이러한 학습과 나눔, 공유의 과정은 교실이나 학교 공간을 ‘사유재’가 아닌 ‘공공재’ 내지는 ‘공유재’로 인식할 때 가능해진다. 이는 개인주의와 고립주의의 부정적 교직문화의 극복을 의미한다.

교원학습공동체를 통해 성장한 교사들의 특성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습공동체에 우선 순위를 두고, 참여한다. 매주 내지는 격주마다 특정 주제를 가지고 2-3시간씩 꾸준히 학습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4-5년 뒤 내 모습은 어떻게 될까? 그 분야의 달인 내지는 고수가 되어 있을 것이다. 여유가 있어서 학습공동체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두고 바쁜 중에 참여를 하는 것이다.

둘째, 고착화 내지는 화석화를 방지한다. 일정한 경력이 쌓이면서 성장이 멈춘 이들도 있고, 계속 성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 차이는 다양한 주체와 교류하고, 학습하고, 성찰하는 과정을 나의 일상에서 늘 경험하고 있느냐 여부이다. 학습을 통해 나의 생각은 흐르고, 교류한다. 부정적 의미의 고인물이 되지 않는다.

셋째, 학습공동체의 무대 뒤편 스탭을 자처한다. 학습공동체를 통해서 ‘인플루언서’가 되기도 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존재들이 나타난다. 강사로, 저자로서 명성이 자자해진다. 하지만, 무대에는 주인공만 존재하지 않는다. 무대 뒤편에 스태프진이 있어야 한다. 누군가는 기획을 하고, 간식을 사고, 섭외를 하고, 연락을 하고, 예산을 정산한다. 이런 역할을 해보지 않으면, 무대의 전면만 보게 되고, 이면과 후면을 보지 못한다. 그런 사람들이 리더가 되면, 조직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넷째, 자료의 소비자에서 생산자 내지는 개발자로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한다. 누군가가 만든 자료는 도움이 되지만, 나의 학급, 학교, 지역에 맞지 않을 수 있다. 그 경우, 재구성을 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뭔가 새롭게 개발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자료 개발의 과정은 동료 교사 내지는 관계자들의 피드백을 거쳐 수정하게 된다. 이 과정은 때로는 고통스럽기도 하다. 내 고집을 내려놓아야 한다. 하지만, 책이든, 자료집이든, 논문이든, 보고서든, 수정과 집필의 내려놓음의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하게 된다.

다섯째, 사람을 키우려 한다. 어느 학습공동체이든 2-3년 정도 참여하면 핵심 노하우를 어느 정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떠나지 않는다. 내가 받은 것을 이제 누군가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책임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학습공동체는 사실 우리나라의 교육사에서는 변방의 영역이었다. 지금은 혁신교육에 의해 중심적인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 과정에서 학습공동체는 주춤거렸다. 복원해야할 중요한 영역 중 하나가 학습공동체이다. 교원학습공동체 뿐만 아니라 학부모 학습공동체도 활성화되어야 한다. 때로는 함께 학습공동체를 꾸릴 수 있을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자신의 직무를 가지고, 직장 안팎에서 소통하고 연구하는 풍토와 문화가 형성된 직군 중 하나는 교원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모든 교원이 학습공동체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도 주도자, 지지자, 관망자, 저항자 등 여러 입장이 존재한다. 교수라면 마땅히 논문을 쓰고 학회에서 발표를 하는 것이 책무이듯, 교사라면 마땅히 학습공동체에 참여해야 한다. 그것을 못하게 만드는 조건과 환경에 대해서 우리는 요구하고 투쟁해야 한다.

학습공동체 모임을 마치고 돌아올 때, 몸은 피곤한데 마음이 충만한 희한한 경험을 해봤는가?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있는 모습 그대로 말하고, 동료에게 위로를 받는 경험을 가져봤는가? 이러한 경험이 우리로 하여금 힘들고 어려운 상황과 조건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버티게 만든다. 동료들을 바라보며...

참고문헌
- 이동엽, 허주, 박영숙, 김혜진, 이승호, 최원석, 함승환, 함은혜(2019). 교원 및 교직환경 국제비교연구: TALIS 2018 결과를 중심으로, 한국교육개발원
- 도널드 쇤(2021). 배을규 역. 전문가의 조건: 기술적 숙련가에서 성찰적 실천가로. 박영story. 문화체육관광부(2024)
- 23년 연간 종합독서율 학생 95.8%, 성인 43.0%. 문체부 보도자료(4월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