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종합저널] "전세 제도는 안전장치 없는 사적 대출"…근본적 개혁 필요성 제기

총괄관리자
발행일 2023-07-21 조회수 252

"전세 제도는 안전장치 없는 사적 대출"…근본적 개혁 필요성 제기

‘전세사기 특별법 보완 및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포럼’, 국회서 18일 진행

 
 
"전세 제도는 안전장치 없는 사적 대출"…근본적 개혁 필요성 제기 - 산업종합저널 부동산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전세사기 특별법’이 지난달 1일 시행됐다. 정부가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 최우선변제금만큼 최장 10년간 무이자 대출하는 등 16개 지원책이 들어갔지만, ‘선 구제, 후 구상’ 등 피해자들이 요구했던 사항을 대부분 담지 못해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전세사기 특별법 보완 및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포럼’이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박상혁, 오기형, 허영 의원 주최로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이창현 국민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고충센터 센터장, 임재만 세종대 교수, 김광중 변호사가 발제자로 참여했다. 토론자로는 박준 서울시립대 교수, 김준우 대구대 교수, 정윤남 전남대 교수가 참여했다.

피해자 조사 없이 만든 법안, 다양한 유형 대응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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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웅 전세사기고충센터 센터장

권지웅 센터장은 450명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피해자 조사 없이 법안을 만들어 다양한 피해 유형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주택 유형, 사기 유형, 우선매수권 경매가 어려운 사람, 지역을 떠나야 하는 사람 등 유형에 따라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응답자의 평균 피해액은 1억 1천만 원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평균 연령이 36.4세인 것을 고려하면 거의 전 재산에 해당하는 수치다. 문제는 피해액 대부분이 빚으로 남은 점이다.

권 센터장은 “전세사기 특별법이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91%에 달했고, 정부가 구제책을 적극적으로 알리거나 이해 가능하게 전달하지도 않았다”며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법안이 제시하는 우선경매권과 최우선 변제금 무이자 대출은 대상이 한정돼 있다. 다양한 유형의 피해자가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일으킬 수 있다.

월 소득 156만원 이하만 신청 가능한 긴급복지지원도 실질적인 대책이 아니다. 피해자 대부분 성실하게 일하는 상황에서 사기를 당했고, 당장 높은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월 소득 156만 원 이하만 지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권지웅 센터장은 “피해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억울한 상황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 차원의 전수 조사가 절실하고, 법안이 현장에서 잘 구현되는지 확인하는 통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세제도 자체 개혁 필요하다" 비판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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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중 변호사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전세제도 자체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김광중 변호사는 “전세제도는 40년 이상 된 사금융제도”라며, “같은 사금융인 ‘계’는 금융 산업이 발달하며 사라졌는데, 전세는 왜 유지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토론회 이전에도 많은 전문가들이 전세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제시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전세 제도의 거시경제적 위험과 정책과제’ 보고서는 ‘전세 계약은 상환을 담보하는 안전장치가 부족한, 주택을 매개로 하는 개인 간의 금융 대출’이라고 지적했다.

전세 계약은 한국 주택 임대차 계약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거액의 자금을 한 번에 조달하고, 임차인은 월세보다 낮은 비용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이익이 있어서다.

상호 이익에도 불구하고 전세 계약은 불완전하다. 사실상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자금을 빌리고 이자 대신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적 대출 계약이지만,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해도 임대인에게는 패널티가 없기 때문이다.

임대인의 신용 상태를 임차인이 충분히 점검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다. 임차인은 현재 주택가격, 주택가격의 변동 가능성, 선순위 담보권의 존재 여부와 우선순위 등을 확인하며 만일에 대비하겠지만, 임대인의 신용 상태, 연체 이력, 자산 가치 변동 위험 등 향후 전세보증금 반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다.

"민간임대 확보해 전세 줄여 나가야" 뜻 모아

토론자로 참여한 정윤남 전남대학교 교수는 “전세제도는 자체적인 안전장치가 전혀 없다”면서, “건전하게 경제 활동하며 거주 목적으로 집을 계약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서 구조적 문제라는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전세사기만을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전세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대차계약은 계약할 때도, 계약 후에도 속이 편할 수 없는 러시안 룰렛”이라며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아도 임차인으로 살기는 많이 힘들다”고 말했다.

박준 교수는 공공임대를 대폭 확충해 민간임대 시장을 축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지금의 전세대출 지원제도는 외부 충격에 취약한 민간임대 시장을 오히려 뒷받침하고 있다”며 “전세임대 정책을 줄이고 보편적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재만 교수도 이에 공감했다. 그는 “전세는 리스크를 개인이 모두 부담한다는 점에서 불합리한 제도”라면서, “급격한 변화는 어려워도 전세가 사라지고 공공임대주택이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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